아주 만족스럽게 수영복을 잘샀다. 물안경과 수영모까지.
엄마가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이지만 집앞에서 산 그 수영복을 안입어도 된다는게 천만다행이었다.
아씨 오다가 또 세일하는 바나나리퍼블릭 청바지를 봤다. 가격이 더 싸져서 3벌에 3만원이었다. 내가 꿈에도 그리던 청바지였다. 편하고, 밑위가 적당히 짧으면서 색깔은 이상한 워싱처리하지 않은 진하지도 옅지도 않은 입자가 굻은 전형적인 보통 청바지. 그리고 기장도 살짝 짧다싶어서 사정없이 활동적으로 보이는 그 청바지 ㅋ 바지에 다리를 집어넣는 순간 이거다 싶었고 한번 나와서 보니 지금아니면 언제 너를 만날수있으랴 싶었지만 가격이 아무리 만만하고 가지고 싶어도 더이상 산다는 거는 사치였다. 사정없이 청바지를 내려놓고 나왔다. 여름에 슬리퍼 신고 입으면 정말 시원해보이는 청바지였는데, 사실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오늘 퇴근하면서도 그냥 확 가서 사버려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지금쯤 누군가와 한몸이 돼있겠지 ㅋㅋ 그러나 언젠가는 또 좋은거 만날거야. 다행인것은 그 가게에서 갭과 바나나리퍼블릭을 박스로 가져다 놓고 수시로 세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 옷들은 미국샵에서 재고로 들여오는거라는 것도 알았다.
일단 수영복을 사고 오랜만에 돌아다니면서 옷들을 구경했다. 필요에 의하지않고서 순전히 눈요기로 윈도우쇼핑을 한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많이 닳아져서 이별할때가 왔음을 신을때마다 느끼고 있는 내 반스 보드화를 대체할만할 누군가를 찾아봤는데 없었다. 여성정장코너에가서 정장도 한번 보고, 남성정장코너에가서 한번쯤 입어보고 싶은 네이비색 자켓도 걸쳐보고 가격도 물어봤다. 편안하게 들고다닐수있는 크로스백도 한번 보고 돌아다니다가 얼마전에 생일을 맞은 교회 형의 생일선물로 손수건을 샀다. 형은 언젠가 내게 피터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책을 선물할정도로 프로페셔널한 삶을 동경한다. 벤자민프랭클린, 안철수 등등 일명 자기경영, 회사경영류의 저자들을 좋아하는 형을 위해 무슨선물을 살까하다가 손수건이 생각났다. 게임프로그래머로 일하기때문에 복장이 워낙에 자유로운 형은 외양에서 프로페셔널의 느낌을 줄수는 어려울거라는 생각이 들고 대신 뒷주머니에서 꺼내는 손수건이 웬지 남자를 품격있게 만들수있다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들었다. 나도 손수건을 잊지않고 챙기려하고 있다. 익숙해지면 손수건은 참 편리하다. 손을 닦고 바지에 쓱쓱문지르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이 화장실에서 페이퍼타월을 뽑아쓰는 낭비를 하지않아도 된다. 손수건으로 안경을 닦으면 엄청 잘닦여서 안경수건을 따로 챙길필요가 없다. 그리고 엎드려 잘때 손수건을 손위에 올려놓고 그 위를 베고 자면 얼굴에 자국이 남지않으며 침이 흐르는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할수있다. 뜨거운 차가 담긴 컵받침으로도 쓰일때가 있고, 한번 쫙 펼치고 다시 손수건을 차곡차곡 갤때 느낌도 매우 좋다. 그리고 어두운 색깔 계열이 많은 회사에서 가끔씩 알록달록한 손수건을 꺼내어 보면 약간의 엔돌핀도 생긴다.
아뭏던 다음주에 형을 만나서 주는데 잘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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